이야기舍廊/에세이

동지 팥죽 그리고 이름

취몽인 2011. 12. 19. 11:19

 

 

 

동지 팥죽 그리고 이름

 

 

2011. 12. 19

 

 

오늘이 19일, 목요일이면 동짓날이다.

 

옛날에는 작은 설이라고 할만큼 중요한 세시였다고 하는데 요즘은 지나간 줄도 모르고 지나가는 풍속이 되고 말았다.

어렸을 적엔 팥죽 먹는 재미로 십이월이면 손꼽아 기다리던 기억도 있긴 하다.

 

요즘도 거리 식당에서 가끔 팥죽집을 보기는 한다. 그런데 그 팥죽들은 내가 어렸을 때 먹던 팥죽과는 많이 다르다.

물론 붉으죽죽한 색깔이나 퉁퉁불은 밥알, 그리고 하얀 새알의 모양은 다를 게 없지만 먹는 방법과 추구하는 맛은 다르다.

전라도식 팥죽이라고 했다.

 

우선 설탕을 많이 넣어 먹는다. 내가 살던 경상도에서는 팥죽에 소금을 넣어 간을 맞춰 먹은 반면 전라도식은 설탕을 과하다

싶을 정도로 듬뿍 넣어 달달하게 먹는 것이다. 우리 어릴 적 달게 먹는 팥죽은 단팥죽이라고 해서 보통 팥죽보다는 훨씬 묽게

해서 후루룩 마실 수 있을 정도의 농도로 된 것이었다. 집에서는 해먹지 않고 제과점이나 시장통 리어카 같은 곳에서 겨울에

팔았다. 추운 날 길가에 서서 먹는 뜨끈한 단팥죽의 기억이 머리 속에 맴맴 돈다.

 

우리 집사람은 팥죽을 몹시 좋아한다. 그런데 그 기호라는 게 또 좀 그렇다. 팥죽은 모름지기 엄마가 쑤어준 것을 먹는 맛이다.

내 손으로 끓인 팥죽은 아무리 레시피가 동일하더라도 그 맛이 아니다. 추억이 담겨야 맛은 완성되는 것 같다. 엄마와 팥죽은

함꼐 엮일 때 제 맛을 내는 것이다. 그래서 아내는 팥죽을 자기 손으로 잘 쑤지 않는다. 실망을 두려워 하기 때문이다.

 

이번 동지엔 내가 한 번 팥죽을 쑤어 아내를 먹여볼까 생각해 본다.

 

 

 

다른 이야기 하나

 

오랫 동안 써오던 닉네임 취몽인을 지난 주에 버리기로 맘 먹었었다. 더 이상 꿈에 취해 살아서는 안될 것이란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래서 실명을 올렸더니 부작용이 생겼다. 동명이인이 있었던 것이다. 어떤 분이 아는 체를 해왔는데 전혀 모르는 분이다. 난감했다.

그 덕에 다시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별명을 바꾼다고 바뀌는 것이 무엇인가? 마음이 문제이지 형식과 이름에 연연하는 건 그 또한

핑계 내지 도피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다시 취몽인으로 살기로 한다. 꿈에 취하지 말고 꿈을 취하는 삶을 살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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