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오래 안 후배가 있다
서른 중반이니 후배라 하기에 좀 멀긴 하다
처음 봤을 때
그는 공업고등학교 삼 학년이었다
키가 컸고 교회 생활을 열심히 했다
형편은 썩 좋지 않다 했다
몇 년 뒤
어느 대학에서 문학 공부를 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야구를 좋아하고 낚시를 좋아했다
졸업하고 장교로 군에 갔다
교통사고로 크게 다쳤다
전역하고 중대문창대학원에서 시 공부를 한다 했다
그 사이에 지방 신문 신춘문예 등단도 했다
그의 글을 읽기 시작한건 그 무렵부터다
가끔 상도 받고
여전히 세 개 정도의 사회인 리그에서 에이스로 뛰고
땡볕에 쏘가리를 만나러 곡성 여울을 찾는다
혼자서 요리를 하고
글품 파는 알바로 생계도 꾸리며
그는 지금 박사 과정의 마무리 단계에 와있다
나는 그의 팍팍한 삶이 부럽다
주어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 정한 길을 걷기를 멈추지 않았다
없어도 즐거운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 친구의 박사논문 마감이 곧 끝난다 한다
그 전전긍긍의 와중에 우럭 낚시를 다녀오고
그가 극성으로 편드는 기아타이거스 임창용 방출에 언성을 높이두만
그는 그렇게 산다
곧 그는 시를 가르치는 교수가 될것이다
그리고 더 훌륭한 시인이 될것이다
그는 멀리서 내게
인생? 그냥 즐겁게 부딪치며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향해 가는 겁니다.
줄기차게..
그렇게 말하는 것 같다
단 하나 걱정
점점 더 잘나질 그의 안과 밖에
화려함이란 기생충이 극성을 부리지 않기를..
181115
'이야기舍廊 >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순하게 살자 (0) | 2019.01.03 |
---|---|
교회 친구들 (0) | 2018.12.06 |
가난 속으로 180301 (0) | 2018.03.01 |
새해는 신문사 대목날. (0) | 2018.01.01 |
갑질 위에 광고주질 (0) | 2018.01.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