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거리의 소주병 하나
너무나 반듯하게 길다란 경계석 위로 지나간 한 사람의 얼굴이 놓였다
새파랗게 얼어붙은 외로움으로 꼿꼿하게 선 참이슬 클래식 빈 한 그루
어디서부터 서러움은 끌려 왔을까 또 언제 바람 찬 이 길을 찾아 왔을까
홧홧한 차가움을 들이키고 문득 섰다가 빈 마음 내려 놓고 떠난 그 사람
시린 자리에 꽁꽁 주저 앉은 침묵의 위로, 맨 얼굴에 붙은 빨간 토닥임
생각 하나를 동그랗게 못 박아두고 취하지도 못할 길을 또 걸어 갔겠지
길 건너 벌벌 떠는 개천 한 줄기 그림자처럼 비척 그를 따라 흘러갔겠지
2011. 12.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