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참 오랜 만에 눈을 뜨네 한 일년은 지났나 자네들도 그동안 잘있었는가
물살이 뱅뱅 도는게 바깥에 바람이 센가보네 기장 앞 여가 원래 유난하지
저기 잎 넓은 해초 뒤로 가세 떠밀리는 몸도 추스리고 먹을 거라도 챙기세
그날 그 바다에 무슨 일이 있었는 지는 몰라 난 그저 돌부리에 오래 붙어
흔들흔들 졸고 있다 느닷없이 물밖으로 끌려나왔거든 하늘이란 걸 처음 봤지
우릴 흔든게 바람이란 것도 알았다네 속절 없이 누워 깊이를 말려야 했어
내가 그렇게 빳빳해지는게 신기하더군
제법 몸피가 돌아왔군 근데 여긴 너무 좁아 뭐가 빠져나가는 것 같지 않아
자넨 눈알이 없어졌네 그물에 탈탈 털려도 끄떡없더니 이깟 소용돌이 거품에
그게 왠꼴인가 다시마는 왜 저렇게 커졌지 앗 뜨거워 무슨 일이 벌어지는거야
그물 하나 들어와 부푼 기억들은 건져지고 호박이며 감자며 대파며 뭍의 것들
바다에 던져지면 깨어나지 못할 너덜한 몸짓들 영혼들이 끓는 소리를 들으며
물길을 찾아 떠난다 끈적한 흔적만 남기고 바다에 닿을 그때까지 다시 또 다시
2011. 12.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