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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렝게티의 그녀

취몽인 2011. 12. 19. 14:36

 

 

 

 

 

 

 

 

세렝게티의 그녀

 

 

 

 

어둑한 세렝게티

철갑의 마라강이 튼튼하게 흘러온다

두 개의 등뼈를 따라 강이 잠시 멈추면

쏟아져 달리기 시작하는 누우떼

각자의 방향으로

 

적의를 잃은 악어

두려움은 덩어리로 뭉쳐 기슭을 오른다

겨울의 등짝을 지나 주머니 깊이 양 손을 찌르고

묵묵히 앞 사람의 허리춤을 따르는 탈출

소리도 없이 끌려 나가는 하루

 

빨간 입술의 여자

번쩍 돌아보는 얼굴 하나

잠깐 비틀거리다 누우떼는 다시 기어 오르고

그렇지 저 가운데 절반은 암컷이지

느닷없는 각성

 

이동하는 것들 모두를

무력과 미련의 수컷으로 생각했을까

마른 강을 건너 생명을 잇는 일은 암컷의 몫이거늘

왜 수컷만 강을 건넌다 생각했을까

힘든 것은 수컷이라 생각했을까

 

가로로 깊이 패인 발자국들

누우들은 모두 평원으로 떠났다

속 빈 마라강은 반짝이는 등뼈를 따라 깊숙히 흐르고

바람이 맴도는 세렝게티에서 아내를 생각한다

그녀가 외로운 건 다 이유가 있었다

 

 

 

2011. 1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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