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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취몽인 2011. 12. 20. 14:44

 

 

 

 

 

식탁

 

 

 

 

지친 해

긴 꼬리가 희미하게 닿은 곳

지지직 텔레비전의 수다를 삼키고

종일 식었던 체온

일어난다

 

삐그덕 냉장고를 열어

주저하는 먼 안부를 꺼내고

바싹 마른 부양의 보시기를 연다

검버섯 핀 은수저로 퍼올린

한 숟가락의 연명

모서리 닳은 일생에 놓인다

톱니바퀴로 넘어가는 곡기

멀겋게 한 술 만 그리움

다정한 이야기들은 너무

멀리 있다

 

어둑한 허기들이

기름기 빠진 손목에 얹혀 옮겨질 때

통통하고 볼 빨간 어린 것들은

까르르 오래 전에 웃었다

깊은 주름도 따라 웃는다 혼자

이즈러지며

 

전화 벨 한 번 울리지 않는

열세 평 아파트

주린 죽음과 마주 앉아

아무 말없이 나누는 기다림

딸그락 소리

 

낡고 느린 

혼자의 식사

너무너무 미안한 풍경

 

 

 

2011.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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