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지친 해
긴 꼬리가 희미하게 닿은 곳
지지직 텔레비전의 수다를 삼키고
종일 식었던 체온
일어난다
삐그덕 냉장고를 열어
주저하는 먼 안부를 꺼내고
바싹 마른 부양의 보시기를 연다
검버섯 핀 은수저로 퍼올린
한 숟가락의 연명
모서리 닳은 일생에 놓인다
톱니바퀴로 넘어가는 곡기
멀겋게 한 술 만 그리움
다정한 이야기들은 너무
멀리 있다
어둑한 허기들이
기름기 빠진 손목에 얹혀 옮겨질 때
통통하고 볼 빨간 어린 것들은
까르르 오래 전에 웃었다
깊은 주름도 따라 웃는다 혼자
이즈러지며
전화 벨 한 번 울리지 않는
열세 평 아파트
주린 죽음과 마주 앉아
아무 말없이 나누는 기다림
딸그락 소리
낡고 느린
혼자의 식사
너무너무 미안한 풍경
2011.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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