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길
파랗게 언 새벽 위로
어제를 태우는 입김이 오른다
곧게 하얗게 굴뚝처럼
남쪽을 바라보며
한결같이 창백한 얼굴들
굳은 발로 기는 해는 아직도 멀고
창문을 열면 쏟아져 나가는 밤
그 아래로 미명은 맺히고
일찍 나선 이들은 길을 녹인다
눈 감고 닦았던 것은
더 깊은 바닥
오늘 걸을 길이 고랑져 흐른다
문 닫히는 소리에
하얗게 서리는 시간들
잠깐 얼었다 녹으리라
욕지기를 닦아내고
돋은 망설임도 날카롭게 깎아낸다
목으로 얼굴을 숨기고 나서본다
어제 밤에 남겨둔 온기는
칼금으로 굳어
길을 예리하게 베어 놓았다
종아리로 빡빡한 피를 흘리며
어쩔 수 없이 걸어간다
해가 뜨면 해가 뜨면 언 피도 멎으리라
2012. 2.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