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2021습작

취몽인 2012. 2. 19. 13:03

 

 

 

 

 

 

 

 

어제는 완고하다

내딛는 발걸음 마다 묻어나는 그림자

녹슨 못이 허리에 걸렸다

사라져 버린 것들로 가득한 하루

고개는 자꾸 뒤로 젖혀지고

 

구겨진 이불 속에는

밤새 긁어낸 시간들이 가득하다

앞을 향해 뾰족한 화살들

그러나 미늘은 발목을 놓지 않고

뒤척이던 잔등의 상처만 날카롭다

 

감은 눈 속으로 흐르던

그 날들 그 때들 그 사람들의 모습

너는 앞으로 가지 못하리

어둠은 그치지 않을 것이고

네 앞 모습은 반드시 지워지리라

 

부릅 뜬 어둠이 어디론가 깊어지면

겨우 놓여난 상처 몇 조각

미간으로 흘러 사라지고

패인 발목의 피를 닦으며 돌아 눕는 어제

낭패스런 기도로 천정은 파랗게 멍들고

 

잠깐 모든 것이 사라지면

기억에도 없는 평화는 흐르리

내게서 빠져나간 어제는 시트 아래로 스며들고

해 한 덩이 또 매달려 지나는 사이

덫의 날은 더욱 벼려지겠지

 

 

2012.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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