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아빠.
아빠~! 아빠께 편지를 얼마만에 쓰는지 모르겠어요.
요즘은 아빠랑 이야기도 자주하고 그러니까 더더욱 무슨 날이 있어도 편지를 잘 안쓰게 되는 것 같아요.
게다가 글 쓰는 아부지께 글로 편지를 쓴다는 건 꽤.. 많이 무서운 일이예요.ㅜ.ㅜ ㅋㅋ
하지만 얼마 전부터 무슨 핑계가 되건, 아빠한테 편지를 한 통 써 드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그 결과가 지금 이 발렌타인데이 러브레터.
정작 발렌타인데이 쵸콜렛은 형편없는데 ㅜ.ㅜ ㅋ 그래도 저 못난이들 만드는데 (믿기 힘드시겠지만) 3시간이 넘게 걸렸어요.
이렇게까지 요리를 못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ㅜ.ㅜ 엄마, 아빠, 언니가 다 요리 잘하는데 저만 이런거 보면 제가 막내라고 우쮸쮸
받으며 크긴 했나봐요. ㅋㅋ 언니가 서럽겠어요.
아빠, 저는 요즘 너무 행복해요! 상황이 불확실해서 오는 불안감은 있지만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유래없는 충만함을 느껴요.
한 몇개월 된 것 같아요. 하루 종일 행복하고 어지간한 일로는 이 평화가 깨지질 않아요. 감사할 일이 너무 많고, 하루하루가 소중해서
아까울 지경이에요.
이런 게 다 우리 가족 덕분이에요. 화목하고 행복한 가족을 위해 아빠가 양보하시고 포기해야 하신 모든 것들이 죄송하고, 감사하고,
또 존경스러워요. 엄마도 언제나 힘드시고 노력해주시고 희생에 오신거 알고 감사하고 있어요...
집밖에 있다가 집에 들어 올 때면 제 방에 쏙 숨어 들어가던 약 10년이었는데, 이젠 엄마 아빠가 먼저 보고싶어요.
특별히 아무 얘기도 하지 않더라도 나에게 존경하고 사랑하는 부모님이 계시다는게 정말 큰 힘이 되어요. 안방에 들어설 때면 사랑받고
신뢰받고 있다는게 느껴져요. 그런 믿음과 사랑이 있어서, 집 밖에서 누굴 만나도 더 당당하고 강해 질 수 있는 것 같아요.
이 모든 평화와 행복의 바탕이 엄마와 아빠의 희생이라는걸 언제나 기억하고 있어요.... 아빠가 새로운 일 시작하시고 현재까지 너무 힘들어
하시는 걸 보고, 저도 참 슬펐어요. 언제쯤 우리 부모님이 편하게 지내실 수 있을까... 전 이 생각을 굉장히 자주 해요.
언제나 결론은 '내가 할 수 있는건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것이다.' 로 귀결되지만 ㅋㅋ
저는 우리 가족들이 다 외로운 사람들이라 생각해요. 친구가 많고 적고를 떠나서, 다들 자기 세계가 뚜렷하고 고집이 세서 어딜 가건
진실로 안전한 느낌과 소통의 기분을 느끼기 힘들다고... 그래서 몇 년전까지만 해도 우리 가족은 행복해지기가 힘들거라고 생각했어요.
각자 자기 자신의 기분에 너무 취해버리니까... 근데 모든게 바뀌고 있어요. 여전히 외로운 사람들이 모여 있지만 이제야 가족들에게
문을 열어주는 느낌... 이 모든 변화의 시작이 아빠였다고 기억해요. 아빠가 먼저 변하시니까 모두가 변했어요.
그래서 아빠! 낳아주시고, 진짜 멋지게 길러주시고, 행복하게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제가 빨리 취업해서 저도 아빨 행복하게 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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