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2021습작

눈물 속에는

취몽인 2013. 2. 7. 14:56

 

 

 

 

 

눈물 속에는

 

 

 

젖지 않은 눈이 있을리 없지만

유난히 축축한 눈이 있다는군요

 

어젯밤 내린 눈이 그랬답니다

습설이라던가요

무겁게 내려

나무가지를 부러뜨리고

지붕을 내려 앉혔다 세상이 야단입니다

 

좀 다르긴 하더군요

어둠을 지우며 내리는 모습이

뭔가를 부여안고 내리는 듯 보였습니다

하늘에서부터 짊어지고 온 전설이나 기억 같은

그런 것들 아닌가 싶었어요

 

베란다 창틀에 내려앉은 한 녀석을 만지니

그렁그렁 녹지도 못하고 

망설이다 눈물을 왈칵 쏟습니다

정말 잠깐 바라보다

주르르 어둠 속으로 떨어져간 눈물

 

혹시 나를 아는 이 아닐까

뜬금없이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젠가 손 마주 잡았다 떠난 이

아주 멀리 갔다가 아주 오래 걸려 돌아 온

그 사람 아닐까 하는 생각 말입니다

 

바람으로 구름으로 떠돌다

깊은 슬픔으로 뚝뚝 듣는 그 사람

억겁으로 지나는 길 겨우 들러

얼굴 한 번 보고 사라진 눈물 같은

그 사람이면 나는 어쩌죠    

 

저기 슬픔에 젖은 이야기들이

또 울며 내려오네요

 

 

2013. 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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