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GEO

풀 한 포기

취몽인 2013. 7. 28. 01:18

 

 

 

풀 한 포기

 

 

 

진국 다빠진 화분 하나 줏어다

남은 과꽂씨 몇 알 뿌려뒀더니

근본 모르는 풀 한 포기

탁란으로 불쑥 솟았다

 

한 줌 중 겨우 틔운 과꽃 두 싹

애지중지 물 주다 툭 바라보면

염치없이 혼자 키 큰 녀석

어깨 떨구고 먼 산만 본다

 

이름은 모르지만 길섶에서 많이 본 녀석

어쩌다 구층 높이로 들려 올라와

저도 모르게 훌쩍 키는 커버리고

그 덕에 언제 뽑힐까 꽤나 불안했을터

 

먼저 심은 클로버는 곧 떠날 모양이고

손 귀한 과꽃 보긴 글러보이니

빌 붙어 혼자 장대한 녀석이

고이 보이지만은 않은 게 사실이다

 

긴 장마에 무심하다 흘깃 고개 돌리니

삐쭉한 녀석 곁가지가 하나도 안보인다

물난리중에 목 말라 죽었나 내다보니

온몸 배배꼬고 고개 마저 꺽였다

 

슬쩍 나가 호스 대고 물 주니 허리가 휘청한다

화분 주둥이 밖으로 해갈이 넘치고나니

바싹 마른 목줄기로 침을 삼킨다

무릎 위로 생명이 꾸역꾸역 차오르고 있다

 

 

2013. 07. 28

 

 

 

'詩舍廊 > GEO' 카테고리의 다른 글

  (0) 2013.10.02
자존심  (0) 2013.09.30
물 세 방울  (0) 2013.07.03
플라타너스  (0) 2013.05.10
사월  (0) 2013.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