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세 방울
베란다 옆 화분 하나
하늘 무너지게 비 내려도
피어오르는 흙냄새 맡으며
입맛만 다신다
밤새 숨 골라 아침에 맺었던
한 방울 물이 그립다
허리에 걸린 장마는
오래 버티지 못하고
아랫춤으로 흘러내려가 버렸다
젖었던 기억까지 증발한 아스팔트 옆
가로수 아래 깨진 병 속
한 방울 물이 목마르다
뙤약에 세워뒀던 차 안
문 열자 웅크렸던 분노가 와락
바짝 달아오른 플라스틱 병 안에
갇혀 날아가지도 못하고
내장까지 다 뒤집어진
한 방울 물이 서럽다
한 닷새쯤 지나
다시 올라올 장마에 휩쓸려
우르르 몰려갈 즈음에
한 방울들은 말하리라
수억번 거듭해도
되돌아 오는 일은 처음처럼 힘들어
2013. 07. 03 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