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GEO

물 세 방울

취몽인 2013. 7. 3. 16:24

 

 

 

 

물 세 방울

 

 

 

베란다 옆 화분 하나

하늘 무너지게 비 내려도

피어오르는 흙냄새 맡으며

입맛만 다신다

밤새 숨 골라 아침에 맺었던

한 방울 물이 그립다

 

허리에 걸린 장마는

오래 버티지 못하고

아랫춤으로 흘러내려가 버렸다

젖었던 기억까지 증발한 아스팔트 옆

가로수 아래 깨진 병 속

한 방울 물이 목마르다

 

뙤약에 세워뒀던 차 안

문 열자 웅크렸던 분노가 와락

바짝 달아오른 플라스틱 병 안에

갇혀 날아가지도 못하고

내장까지 다 뒤집어진

한 방울 물이 서럽다

 

한 닷새쯤 지나

다시 올라올 장마에 휩쓸려

우르르 몰려갈 즈음에

한 방울들은 말하리라

수억번 거듭해도

되돌아 오는 일은 처음처럼 힘들어

 

 

 

 

2013. 07. 03 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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