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한 포기
진국 다빠진 화분 하나 줏어다
남은 과꽂씨 몇 알 뿌려뒀더니
근본 모르는 풀 한 포기
탁란으로 불쑥 솟았다
한 줌 중 겨우 틔운 과꽃 두 싹
애지중지 물 주다 툭 바라보면
염치없이 혼자 키 큰 녀석
어깨 떨구고 먼 산만 본다
이름은 모르지만 길섶에서 많이 본 녀석
어쩌다 구층 높이로 들려 올라와
저도 모르게 훌쩍 키는 커버리고
그 덕에 언제 뽑힐까 꽤나 불안했을터
먼저 심은 클로버는 곧 떠날 모양이고
손 귀한 과꽃 보긴 글러보이니
빌 붙어 혼자 장대한 녀석이
고이 보이지만은 않은 게 사실이다
긴 장마에 무심하다 흘깃 고개 돌리니
삐쭉한 녀석 곁가지가 하나도 안보인다
물난리중에 목 말라 죽었나 내다보니
온몸 배배꼬고 고개 마저 꺽였다
슬쩍 나가 호스 대고 물 주니 허리가 휘청한다
화분 주둥이 밖으로 해갈이 넘치고나니
바싹 마른 목줄기로 침을 삼킨다
무릎 위로 생명이 꾸역꾸역 차오르고 있다
2013. 07.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