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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밤의 감포

취몽인 2013. 9. 16. 13:02

  

 

 

그 여름의 감포


 

취해 집앞에 부려지듯 감포에 닿았다

선술집에 걸어두었던 가슴은 사라지고

소주만 몇 잔 독하게 남았다

    어창 앞 오르막 골목 여인숙 이층 방

    소금 부숴지는 창문을 열어젖히면

    마른 가자미떼 위로 여린 물결 몇 줄기 반짝이고

    엇갈린 등대 사이 검은 등뼈 굼실대는 동해


가라앉은 아내의 뱃 속엔 말뚝이 박혔다

바람은 여전히 불고

무른 발목 또한 이내 굳을 것이다 

살쪄가는 비둘기 한 마리 말뚝을 맴돌다

뚝 떨어지는 그림자

어쨌던 지금은 날아오를 시간 

바다로 난 쪽 창이 운다


산발하고 들이닥치는 내일

침착한 방파제 위로 부숴진 손목을 디민다

내놓으라 내놓으라

안착의 고함은 멈추지 않고

바람 멎은 하늘 위로 멍든 아침 해가 뜬다

난바다는 실없이 혼자 웃고 있다

비린 도루묵국 한 사발에 해장 소주 두어 잔

이별은 목구멍 따갑게 넘어 가고


테트라포트를 짚고 내려가

젖은 말뚝을 뽑는다

왈칵 솟아오르는 검붉은 아내

겹겹의 파도 사이로 사라지는 것을 본다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고개 위 비틀대며 돌아드는 버스를 타고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갈매기 한 마리 햇빛 속으로 사라지고



130916 초고 / 1908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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