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의 감포
취해 집앞에 부려지듯 감포에 닿았다
선술집에 걸어두었던 가슴은 사라지고
소주만 몇 잔 독하게 남았다
어창 앞 오르막 골목 여인숙 이층 방
소금 부숴지는 창문을 열어젖히면
마른 가자미떼 위로 여린 물결 몇 줄기 반짝이고
엇갈린 등대 사이 검은 등뼈 굼실대는 동해
가라앉은 아내의 뱃 속엔 말뚝이 박혔다
바람은 여전히 불고
무른 발목 또한 이내 굳을 것이다
살쪄가는 비둘기 한 마리 말뚝을 맴돌다
뚝 떨어지는 그림자
어쨌던 지금은 날아오를 시간
바다로 난 쪽 창이 운다
산발하고 들이닥치는 내일
침착한 방파제 위로 부숴진 손목을 디민다
내놓으라 내놓으라
안착의 고함은 멈추지 않고
바람 멎은 하늘 위로 멍든 아침 해가 뜬다
난바다는 실없이 혼자 웃고 있다
비린 도루묵국 한 사발에 해장 소주 두어 잔
이별은 목구멍 따갑게 넘어 가고
테트라포트를 짚고 내려가
젖은 말뚝을 뽑는다
왈칵 솟아오르는 검붉은 아내
겹겹의 파도 사이로 사라지는 것을 본다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고개 위 비틀대며 돌아드는 버스를 타고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갈매기 한 마리 햇빛 속으로 사라지고
130916 초고 / 190820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