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망신
혓바닥 축 늘어진 정오
빈 집에 들어가 깃발을 꽂는다
한 모금 그림자로 타버린 구름이
자전하는 가슴 위에 뛴다
침착해야해
달아오른 바람 한 줄기 깃발에 얹힌다
흔들리지 않도록 붙든다
마른 담벼락이 바스락
인기척은 아직도 멀다
기다리지 않고 떠나는 것이 배려
뒤 돌아 보지 말고 발자국도 지우렴
멀리 보이는 빈 개집 하나
위에 꽂힌 개같은 깃발 하나
곁에 서서 멀뚱히 보는 개 하나
늘어진 혓바닥에 새겨진 조롱 하나
2013. 8.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