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2021습작

개 망신

취몽인 2013. 8. 16. 13:54

 

 

 

 

개 망신

 

 

 

혓바닥 축 늘어진 정오

빈 집에 들어가 깃발을 꽂는다

한 모금 그림자로 타버린 구름이

자전하는 가슴 위에 뛴다

침착해야해

달아오른 바람 한 줄기 깃발에 얹힌다

흔들리지 않도록 붙든다

마른 담벼락이 바스락

인기척은 아직도 멀다

기다리지 않고 떠나는 것이 배려

뒤 돌아 보지 말고 발자국도 지우렴 

 

멀리 보이는 빈 개집 하나

위에 꽂힌 개같은 깃발 하나

곁에 서서 멀뚱히 보는 개 하나

늘어진 혓바닥에 새겨진 조롱 하나

 

 

 

2013. 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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