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식구

먼 길

취몽인 2019. 12. 25. 11:13


 

 

먼 길

 

  

 

큰집 형님이 어디 물어 보이끼네 혼자 드로는 건 좋지 않다 카네예

각중에 바깥 큰 구신이 드로머 후손 중에 탈이 날끼라 말했다 캅디더

난중에 누가 새로 산에 드롤 때 한참에 드로면 괘안타 카이끼네

그차메 언쳐서 이장하머 어터켔노 캅디더

 

사과를 자르며 아내가 전한다

 

그래라 캐라 내 죽으머 가치 모시머 돼제

머 그기 그래 중하노 우예도 썩을 몸띠 저거 존 대로 해라 케라

 

어머니는 덮었던 성경을 다시 편다

 

예수 구신이 산에 드로머 조상신이 큰 신한테 쪼끼가 집안에

우환이 들낍미더 절대로 안됩미더

 

삼십년 전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큰 엄마의 서슬은 절박했었다

 

삼촌도 인자 할배 앞으로 도로 모시야 되는거 아이가

요새 세상에 귀신은 무신 한 뿌리는 한데 모다야지 그기 도린기라

 

큰 아버지도 큰 엄마도 다 돌아가시고

사촌 형님들이 내게 말을 건낸 지 일주일 뒤의 일이다

조카들과 딸들은 눈만 껌뻑 거렸다

 

산 두 개 거리

따로 동쪽을 바라보고 누운 형제

대를 이어 그 사이를 나누는 서로 미워했던 두 여자

두려움은 뿌리인가 씨앗인가

 

구름 한 점 동쪽으로 흐른다

 

사부동 교회 묘지

산꼭대기에 누운 아버지

본리동 선산

언덕배기에 누운 큰 아버지에게로 흐른다

 

형님

길이 쪼매 멉미더

 

 

2013. 9.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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