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길
큰집 형님이 어디 물어 보이끼네 혼자 드로는 건 좋지 않다 카네예
각중에 바깥 큰 구신이 드로머 후손 중에 탈이 날끼라 말했다 캅디더
난중에 누가 새로 산에 드롤 때 한참에 드로면 괘안타 카이끼네
그차메 언쳐서 이장하머 어터켔노 캅디더
사과를 자르며 아내가 전한다
그래라 캐라 내 죽으머 가치 모시머 돼제
머 그기 그래 중하노 우예도 썩을 몸띠 저거 존 대로 해라 케라
어머니는 덮었던 성경을 다시 편다
예수 구신이 산에 드로머 조상신이 큰 신한테 쪼끼가 집안에
우환이 들낍미더 절대로 안됩미더
삼십년 전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큰 엄마의 서슬은 절박했었다
삼촌도 인자 할배 앞으로 도로 모시야 되는거 아이가
요새 세상에 귀신은 무신 한 뿌리는 한데 모다야지 그기 도린기라
큰 아버지도 큰 엄마도 다 돌아가시고
사촌 형님들이 내게 말을 건낸 지 일주일 뒤의 일이다
조카들과 딸들은 눈만 껌뻑 거렸다
산 두 개 거리
따로 동쪽을 바라보고 누운 형제
대를 이어 그 사이를 나누는 서로 미워했던 두 여자
두려움은 뿌리인가 씨앗인가
구름 한 점 동쪽으로 흐른다
사부동 교회 묘지
산꼭대기에 누운 아버지
본리동 선산
언덕배기에 누운 큰 아버지에게로 흐른다
형님
길이 쪼매 멉미더
2013. 9.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