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당교회
반고개 꼭대기에
전쟁 끝나고
지금은 다 돌아가신
목사님과 장로님이 벽돌 쌓아 지은
교회 하나 있었다
성주 가는 신작로 내느라
반고개는 툭 잘렸지만
교회는 남은 높이 위에 남아
반월당만 지나면
멀리서도 보였다
저절로 생긴 흙 축대에는
개나리 아카시아
성기게 심어져 있었는데
코흘리게 시절 그 틈새로
흙 미끄럼을 타곤 했었다
국민학교 때부터
이유 없이 교회를 다녔다
대학 졸업 때까지 떠나질 못했다
첫 사랑도 거기 있었고
마지막 애인도 거기 있었다
도둑질도 거기서 배우고
인생 거푸집도 거기서 굳혔다
길 건너 만두 넣은 떡볶이 집
한 번도 배불리 먹지 못한
아쉬움도 있었다
지금은
마지막 반고개도 깍여나갔고
붉은 벽돌 낯선 얼굴만 서있다
흙이 모두 사라져
묻을 먼지 하나 없이
야학에 공부하러 오던
예쁜 공순이들은 뭘 하고 있을까
나를 좋아하던 목사님 딸은 얼마나 늙었을까
종탑 밑에서 건들대던
이 대학생은 어디 있을까
2013. 10.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