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반고개 추억

내당교회

취몽인 2013. 10. 29. 17:10

 

 

 

내당교회

 

 

 

반고개 꼭대기에

전쟁 끝나고

지금은 다 돌아가신

목사님과 장로님이 벽돌 쌓아 지은

교회 하나 있었다

 

성주 가는 신작로 내느라

반고개는 툭 잘렸지만

교회는 남은 높이 위에 남아

반월당만 지나면

멀리서도 보였다 

 

저절로 생긴 흙 축대에는

개나리 아카시아

성기게 심어져 있었는데

코흘리게 시절 그 틈새로

흙 미끄럼을 타곤 했었다

 

국민학교 때부터

이유 없이 교회를 다녔다

대학 졸업 때까지 떠나질 못했다

첫 사랑도 거기 있었고

마지막 애인도 거기 있었다

 

도둑질도 거기서 배우고

인생 거푸집도 거기서 굳혔다

길 건너 만두 넣은 떡볶이 집

한 번도 배불리 먹지 못한

아쉬움도 있었다

 

지금은

마지막 반고개도 깍여나갔고

붉은 벽돌 낯선 얼굴만 서있다

흙이 모두 사라져

묻을 먼지 하나 없이

 

야학에 공부하러 오던

예쁜 공순이들은 뭘 하고 있을까

나를 좋아하던 목사님 딸은 얼마나 늙었을까

종탑 밑에서 건들대던

이 대학생은 어디 있을까

 

 

2013. 10.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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