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도둑
언제부턴가
하교는 땅골 무리들과 함께 했다
오래 같이 자전거로 통학하던 친구는
삐딱해진 나를 똑바로 보지 않았다
우리는 늘 전설의 만두집을 지나
미도극장 뒤로 크게 휘며 이어진 골목길을 금 긋듯 다녔다
무리 앞엔 늘 새카만 꼬마가 있었다
녀석은 무리의 리더였다
가난은 눈만 반짝이는 깡이되어 꼿꼿했다
미도극장 뒤를 지나 시장통을 지날 때면
부지런히 산개와 도열을 반복했다
그리고 통과 뒤엔 먼지 묻은 노획물을 나눴다
꼬마는 한 두번 시범을 보였고
꼬붕들은 순서 없는 차례로 사냥에 나섰다
어느날 무리들의 뒤를 따르던 내가
가게에 놓인 사과 하나를 느닷없이 훔쳤다
가슴이 터질것 같았다
그리고 함께 땅골 가난의 그림자가 되었다
꼬마는 웃었다 슬프게 조롱하며
오랜 세월이 지났다
나는 그 사과에 붙들려 깊은 바닥을 서성대다
어렵사리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 사이에
꼬마는 재개발된 땅골에서 슈퍼마켓 사장이 됐고
오늘도 CCTV로 사과 도둑을 지키고 있다
슬프게 조롱하며
2013. 2.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