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땅 속
언제 불려나왔는지도 모르는
땅속 하나
다른 땅속과 흘레 붙어 살았다
연상인지 연하인지도 모르는
어쩌면 조상님일지도 모르는
옆구리와 종아리 또는 발목, 발바닥으로
벌떡 벌떡 솟은 땅속 사이를
편편하게 펴진 땅속 위로
끈적한 땅속을 연신 태우며 달렸다
깊이는 언제나 집요한 인력
땅속의 기억을 겨드랑이부터 조금씩 녹슬게 하고
관절을 긁어 근막에 염증을 불렀다
느슨해진 인후
묽은 땅속조차 삼키지 못해
허연 기침을 거푸 쏟던 오후
땅속으로 돌아가고 싶어
발목을 꺾었다
차갑게 식은 땅속
그리고 불감의 또다른 땅속은
가장 가까운 땅속이 되었다
그러나 돌아가지 못한다
땅속을 까뒤집고 정작 지들은 땅속으로 돌아갈
도굴범들의 착취는 무섭다
잠시 더 녹슬다
또 어딘가에서 변태할 땅속
지구는 자꾸 가시만 돋아
텅 빈 땅속 자리는 허방으로 가득하다
2015. 01.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