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늪
삼파장의 달빛 고스란히 내뱉는 하이그로시 포토월을 마주보며 포켓 스프링의
잔디는 숨을 죽인다 유일하게 빗각으로 선 모니터 안 산란하는 달빛 파장도 숨
이 죽어 쟈카드 붉은 면직의 가지들 드리워진 좁아서 식어버린 무대 너무 밝은
조명은 아무도 비출 수 없다 속 빈 셔츠들의 후줄근한 정렬 달리의 시간으로 직
각을 녹이는 분투 여전히 완고한 꽃무늬 벽지의 하늘 팔 뻗어 꽉 잡은 사각의 모
퉁이 쏟아지는 플래쉬 플래쉬 눈 부시면 눈을 감아 폴리 비닐의 대지를 세 발로
뛰는 강아지를 내려다 보며 일어서야해 정육면체 수평을 찢고 빗겨 선 모니터를
스쳐 지나 둥근 시간에 어깨를 깍이는 게이트를 나서고 싶어 도무지 삼파장의 달
은 기울지 않고 눈이 따가워 거위털 무게로 가리고 기다린다 누군가 스위치를 내
려 모서리에 어둠이 차면 그때 일어설 수 있을까 여섯 개의 얼굴과 여덟 개의 눈
윤곽이 지워지면 이미 굳은 허리를 꺾고 포켓 스프링 마지막 탄성을 들으며 다시
나설 수 있을까 네 평의 관성 그 진득한 육면체 늪을 닫을 수 있을까 아내의 잠을
깨우지 않고
2015.02.17 / 모던포엠 2015. 5월호
사물로 말하기 연습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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