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
힘든 발목을 위해
묵은 거죽을 위해
뜨거운 물 속에 빠져있으면 좋다는데
열 많은 몸뚱이는
한 오 분
쳐들어 오는 온도를 못견딘다
뿌리에서부터
푸른 물관을 타고 거꾸로 흐르는
뜨거운 삼투
확 뿌리치고 나 앉고 싶어 못견딘다
발목은 자꾸 더 아프고
묵은 거죽은 더 마르고
옛다
아끼고 읽던 시집 한 권 들고
삶으러 들어간다
한 스무 편만 끓이자
논배미에 산이 내려오고
어머니가 울고 저녁이 울고
몇 번이고 시인 얼굴 들쳐보고
마침내 우듬지에 열꽃이 핀다
발목도 거죽도 다 좋았는데
버틴 팔목이 아프다
2015. 03.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