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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

취몽인 2015. 3. 13. 16:09

 

 

 

 

지혜

 

 

 

힘든 발목을 위해

묵은 거죽을 위해

 

뜨거운 물 속에 빠져있으면 좋다는데

열 많은 몸뚱이는

한 오 분

쳐들어 오는 온도를 못견딘다

 

뿌리에서부터

푸른 물관을 타고 거꾸로 흐르는

뜨거운 삼투

확 뿌리치고 나 앉고 싶어 못견딘다

 

발목은 자꾸 더 아프고

묵은 거죽은 더 마르고

 

옛다

아끼고 읽던 시집 한 권 들고

삶으러 들어간다

한 스무 편만 끓이자

 

논배미에 산이 내려오고

어머니가 울고 저녁이 울고

몇 번이고 시인 얼굴 들쳐보고

마침내 우듬지에 열꽃이 핀다

 

발목도 거죽도 다 좋았는데

버틴 팔목이 아프다

 

 

2015. 0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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