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김태형-
다 저문 석양 앞에 겨우 무릎을 대고 앉아 있다
내가 갈 수 없는 저곳에서
저녁별이 떠오르기를 기다리고 있다
갈색 염소와 카자흐 사내의 눈빛을 닮은 양들이
작고 둥근 똥을 싸며 밤하늘을 지나간다
은하수가 저렇게 흘러간다
종일 물 한 모금만으로도 배고프지 않았는데
밤새 저 순한 가축들을 따라서
초원의 풀들을 모조리 뜯어먹고 싶다
내 텅 빈 눈빛마저 뿌리째 뜯어먹고 싶다
짐승의 썩은 내장처럼
찢어져 나뒹구는 타이어 조각
어디에서 떨어졌는지 모르는 녹슨 쇠붙이와
돌조각과 모래와 마른 풀과
그리고 또 천천히 제 무거운 몸을 끌며 지나가다 비를 내리는
지친 구름 한 덩어리가 있다
지평선에 반쯤 걸쳐 있는 흐린 별자리가 있다
나는 염소자리
느릿느릿 풀을 뜯고 지나간 자리에
이제 막 새로 생긴 검은 초원이 펼쳐져 있고
그곳에서 보이지 않던 별자리가 떠오르기를 기다린다
별과 별 사이를 읽을 수 없어도
지평선에서 지평선으로 건너갈 수 없어도
이 별 아래에서 나는 결코 같은 사람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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