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2021전 발표 詩

양말을 빨며

취몽인 2016. 3. 13. 23:20




양말을 빨며

 


 

낮 동안 닳은 얼굴을 비누칠로 지우니

어제가 빙긋 웃는다

세면대 안으로 천천히 가라 앉는 긴 가면

양말을 벗기자 쏟아지는 납작한 종일

여전히 욱신한 발목이 홀랑 뒤집힌다

꼬르르르 한 겹 얼굴이 빠져나가는 소리

짜부라진 하루는 쉬 젖지 못한다

목을 조르고 머리를 아야 겨우 내뱉는 압축

예의 비누로 입 틀어 막고 사지를 비틀어 놈을 뽑는다

절반은 발의 주검 반은 양말의 주검

사이에 활성된 계면들

빙빙 도는 물로 마지막 숨통을 끊고 구멍으로 쫓는다

가늘게 축 늘어진 발 두 자루 문고리에 걸고

맨발로 가지 못한 밤으로 향한다

질퍽한 발자국을 남기며 어둠 속에서 다시 펴질 발목

그 위태한 순간을 만나러

 


20160313 / 20160512 수정 / 2016 6월호 모던포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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