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
대한 저물녘
냉장고에서 막 꺼낸 고기들
껍질 벗기고
한 그릇에 담겨
목하 토렴 중이다
양념 치솟는 거품을 사이에 두고
주름 마다 솟구친 불콰함으로
하~ 입 벌린 하나
늘어진 오금에 힘주느라
옴~ 입 다문 하나
한 때는
북풍한설 헤치고 달렸을 알맹이들
세월에 녹아 다 빠진 껍데기만
희뿌연 육수에 불리며
남은 진기는 들어갔다 나갔다
제법 탱탱한 생고기 한 점
풍덩 들어오자
우물쭈물 밀려나는 거품 한 덩이
일어서서 나가는 마른 가랭이 사이
알 빠져 축 늘어진 저 주머니
문이 열리고
차가운 국자 휘휘 탕 안을 휘젓자
몸서리치는 헛김 한 바탕
이제 상으로 나갈 시간
더 식기 전에
2016.01.25 / 모던포엠 2016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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