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2021전 발표 詩

성에

취몽인 2016. 1. 14. 22:34

 

 

 

성에

 

 

 

설익은 구공탄이 목을 찌르는 좁고 긴 술집 목로 위

꼬리부터 타오르는 양미리 두 마리를 꼬나보며 우리는

그날 저녁 무슨 말을 했던가 두 주머니 털어도 이천 원

소주는 한 병밖에 마실 수 없어 양미리는 한 마리만

팔면 좋겠다고 마음이 말했던 기억은 있다 간장 고추

몇 점 양미리에 얹고 소주를 세 번에 꺾어 마셨던가

등 뒤로 그슬린 목마름이 떠돌다 유리 창에 걸렸다

소주 한 병으로 한 시간을 버텨 두 마리 양미리 까만

대가리만 남았을 때 얼어붙은 문을 밀고 밤을 나섰다

대명동까지는 걸어서 한 시간 각자의 주머니에 낡은

손을 꽂기 전 돌아서 문을 닫는다 간유리 창 안으로

주르르 쏟아지는 누추 그 위로 별 말 없이 주고 받던

안타까움이 파랗게 맺혔다 하얀 눈물처럼 얼어 붙은

별처럼 서로 어깨를 높이고 골목을 나서면 비틀대는

서대구시장 취한 사내들 입가로 뿜어져 나오는 허연

남루 등 뒤로 어김없이 맺힌 파란 눈물들 잘게 부숴져

흐르던 겨울 밤의 서러움들 얼지도 못하고 그저 질려서

먼 길 아득히만 걸어가던 그 때 그 살얼음 꼈던 시간들

 

 

2016. 1. 14 / 모던포엠 2016.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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