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
詩 정병근
몸빼에 난닝구바람의 늙은 여자
축 늘어진 젖통 다 보인다
여자는 저 젖통으로 시퍼런
허기를 먹여 살렸을 것이다
팔일오와 육이오를 올망졸망 데리고
보릿고개를 넘어왔을 것이다
벽돌로 막은 한켠에
토마토와 고추 모종이 심어져 있고
월경처럼 꽃 몇 송이 피었다
꽃이란 무엇인가
백주대로의 섹스처럼
염치도 수치도 모르는 꽃
세월이나 가난 따위는 더더욱 모르는 꽃
늙은 여자 슬레이트 처마에 반쯤 가린 채
태평양 같은 골반을 벌리고 앉아
고무 다라이에 무언가를 치댄다
기울어진 TV 안테나는 통 기억이 안 나고
배고픈 빨래집게들 때 묻은 허공 하나씩 물고
해가 닳도록 쪽쪽 빨아먹고 있다
* 정병근 시집 《태양의 족보》 (세계사,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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