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하 靑河
- 푸른 물고기의 바다
1.
엄마한테 가봐야겠다
엄마가 말했다
마른 모래 자글한 눈 속에 낡은 파도가 맺혔다
엄마가 떠난 건 귓대기 푸른 여나믄살 때
엄마를 떠난 건 엄마가 돼야 했던 가슴 시퍼런 서른
월포 바닷가에 청어떼가 쏟아지던 시절이었다
2.
바다는 여기서 보이지 않아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엄마가 말했다
말려들어가는 코끝에 비린내가 스쳤다
엄마는 바다가 보이지 않는 바닷가에서
엄마를 밀치던 풍경에 멍이 들었다
관목, 눈이 꿰인 청어가 바람을 막고 서있었다
3.
여기는 공동묘지였지
지워진 길을 걸으며 엄마가 말했다
문드러진 봉분들 사이로 낡은 영혼들이 펄럭였다
엄마는 애매한 길 끝
엄마를 향해 늙은 길을 걷고 있었다
누군지 모르는 두꺼비 한 마리 발끝을 가로질렀다
4.
엄마 나 왔어요
그늘진 엄마에게 엄마가 말했다
멀리 한 뼘 푸른 바다가 넘실대는 것이 보였다
엄마와 엄마의 오십오년
엄마보다 오래 산 엄마가 부르는 엄마
숨 죽인 울음 소리에 푸른 가시들이 돋았다
5.
청어가 지겨웠어
푸른 파도 속을 일렁이며 엄마가 말했다
눈 꿰인 청어들이 꾸득꾸득 하늘을 바라봤다
엄마의 가슴에 꿰인 파도처럼
엄마 아닌 엄마가 쉬지 않고 밀려왔다
끝도 없는 청어떼처럼 푸르게 아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