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터에서
꼭 뭘 잡겠다는 건 아니야
그렇다고 자연과의 교감? 그것도 아니야
누군가 취미가 뭐냐고 물었을 때
좁은 칸에 습관적으로 써넣던 이유를 정확히 알지는 못해
그저 일 년에 한 번쯤
물가에 앉아서 찌를 바라보는 그런 모습
그게 좋은 것이다 오래 생각해 왔던 것 같아
폭염경보가 보름째 이어지는 오후
내리쬐는 햇발이 등을 찢을 것 같아
저수지는 온통 녹갈색 비늘로 뒤덮였어
제방 곁으로 겨우 숨통만 틔어놓은 물결
빼꼼 고개 내민 찌는 벌겋게 달아올랐어
주변으로 주둥이를 내밀고 가쁘게 숨쉬는 것들
저놈들을 물 아래로 끌어내려 나의 미늘을 물게 해야해
아니 꼭 그럴 필요는 없기도 해
뭉친 햇살 같은 백로들도 외발로 익어가고 있어
집요한 결속을 비집고 가끔씩 생계를 주둥이질 하는 게 보여
찌가 솟으면 밴댕이 같은 짜장 붕어가 달려 올라와
등에 검댕이를 잔뜩 묻힌 녀석들
대륙 어느 구정물에서 건저져 실려왔을 보잘 것 없는 무역이라니
가난한 살림망에 늘어진 녀석들을 던져 넣어
거기나 거기나 같은 물 속
하찮은 소유권만 검은 그물로 짜여진 거처
좁은 의자에 앉아 나는 오늘 밤을 지샐 계획이야
수십 마리쯤 저 곳에서 이 곳으로 옮겼다
해가 다시 뜨거워질 아침이면 다시 저 곳으로 돌려 줄
그 시간 만큼 녀석들의 생명과 나의 무의미를 바꾸고
손마디마다 비린 목숨을 새길 거야
그렇기 때문에 꼭 뭘 잡겠다는 게 아니라 말하는 거야
그저 비겁하고 얄팍한 수단으로
아무 생각 없는 붕어들과 이길 수 밖에 없는 게임을 하며
세상을 이길 수 있노라 최면을 다지는
뭐 그런 도망을 위해
일 년에 한 번쯤은 이 짓을 하고 싶은 거야
생각하면 참 가소로운 짓이지
2016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