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동날 밤비
보지 않아도 당연히 창밖은 깜깜할 것이다 몇 몇 젖은 가로등들은
번쩍번쩍 떨어지는 잎들 사이 주홍색 계절을 비추고 있을 것이다
줄기를 감춘 검은 비는 지난 여름 오동나무 둥치에 지린 강아지
오줌 그 며칠 뒤 셔츠에 쏟아진 커피또는 얼마 전 가을날 절규하던
아내의 눈물로 내리는 것인지 모른다 겨울의 입구라니 검은 궁혈도
젖은 천장도 다 제격인듯 하긴 하지만 가만 귀기울이면 무엇보다
모조리 얼어붙기 전에 큰 모자 달린 그림자를 뒤집어 쓰고서둘러
걷는 이들의 흔적 따라 돌아온 어제들이 어두운 파문 속으로 사라
지며 수런대는 소리 들리는 그런 밤이 저 깊은 창밖에 있을 것이다
참 어울리지 않는 배려처럼 그렇게 내리고 있을 것이다 모두 젖어
검게 빛나는 입동날 밤으로
2016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