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2021습작

압력 壓力

취몽인 2017. 1. 31. 15:45




압력 壓力




강이 일그러졌다


동짓달 그믐

눈보라 걷히고 나니

차가운 결기마저 견디지 못해

맞잡은 손을 놓치고 말았다

아무도 다니지 않는

불모 또는 외면

흘러야 할 것들은 제각기 흘러

보이지 않게 떠나가지만

얼어붙은 미련들은

얼굴 디밀어 자꾸만 아래로 두꺼워지고

버티던 관절은 모질게 금이 갔다

먼 능선이 어둡게 고개를 돌리고

언 별들이 하나 둘 깨지는 밤이 지나자

기상나팔 울리던

새벽이 꽝꽝 일어섰다

우르르 우르르

어깨를 젖히고

얼굴을 찢고

차가운 피를 흘리다

그대로 다시 얼어붙은 강

울퉁불퉁한 강




2017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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