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겨울의 파주는
강은 꽁꽁 얼었다
시속 100킬로로 달리는 세상을 바라보며
메마른 바늘들이 촘촘히 꽂힌
굳어버린 섣달 눈더미 둔덕을 바라보며
얼다 못해 터져버렸다
완고한 분단이 차갑게 결속된 탓에
철망 두른 초소 불빛이 매섭다
바닥을 갈아 엎은 생계
순서를 기다리는 또 다른 생계
매 한 마리 차가운 하늘에 걸렸다
멈추기 위한 맹렬한 날개짓으로
이 월의 햇살은 유난히 눈부시지만
아무 것도 녹이지 못한다
맨발의 계획은 늘 제자리다
손잡이를 당겨도 열리지 않는 문
그 뒤의 목소리를 기다린다
쓰레기 더미를 헤치고 달려오는 바람
또는 이름 모를 새 몇 마리
삣쫑 쯔쯔쯔쯔 울리는 전화벨 소리
멋 모르는 독촉을 거부하고
읽히지 않는 설악의 시를 꾸역꾸역 집어넣다
다시 강을 쳐다본다
삐죽삐죽 일어선 강
얼다 얼다 더 얼 수 없어 솟아오른 고통의 각
주머니에 손을 넣고 생각해본다
어쩌자고 예까지 흘러 왔는지
돌아 갈 길이 생각나지 않아
빛나는 성동 IC 미간만 노려보고 섰다
2017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