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인을 오래 동안 거부했었다
혹자들이 말하는 통속 시인이라, 류시화같다 하며
굳이 외면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저 어이없는 질투였다
시인이 뭐 그렇게 잘 나가면 되나? 같은..
50년생이니 몇 년 뒤면 칠순이다
내 고향 선배들과 편히 지내는 사이라는데
그 선배들도 칠순이 됐다는 말
시집엔 편안한 시편들 속에 세련된 슬픔들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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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돌 / 정호승
위로 쌓아올려지기보다 밑에 내려깔리기를 원한다
지상보다 먼 하늘을 향해 계속 쌓아올려져야 한다면
언제나 너의 발밑에 깔려
누구든 단단히 받쳐줄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어느날 너와 함께 하늘 높이 쌓아올려졌다 하더라도
지상을 가르는 장벽이 되길 바라지는 않는다
산성이나 산성의 망루가 되기는 더더욱 바라지 않는다
그저 우리 동네 공중목욕탕 굴뚝이나 되길 바란다
때로는 성당의 종탑이 되어 푸른 종소리를 들으며
단단해지기보다 부드러워지길 바란다
쌓아올린 것은 언젠가는 무너지는 것이므로
돌이 되기보다 흙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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