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되세요
통장에
꼴랑 천만원 들어있어도
후생이 이렇게 덜 두려운데
내 속에
당신 가득함을 느낀다면
온생이 어찌 빛나지 않을까요
우주를 보고
물아일체를 읽으면
언제나 당신은 내게 선명한데
나는 왜 등 돌려
자꾸 난간을 향하는 지
당신은 아시는 지요
부디
나를 깊이 눈감게 하시고
내 속에 자리 하셔서
허리 아래 뿌리 깊게 내리소서
가슴 위로 가지 높이 올리소서
당신으로 자라게 하소서
어느 가을 날
당신이 데운 햇살 고을 때
무성한 당신의 잎이 되어
빛으로 흔들리게 하시고
기쁨의 과실 달게 하소서
당신의 나무 하나 되게 하소서
내 몸으로
당신이 왕래하시고
그로 간지러워 깔깔 웃는
여린 우듬지처럼
더위를 가리는 큰 그늘처럼
기쁜 나무 되게 하소서
2017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