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시편

나무가 되세요

취몽인 2017. 5. 14. 11:44

나무가 되세요

 

 

통장에

꼴랑 천만원 들어있어도

후생이 이렇게 덜 두려운데

내 속에

당신 가득함을 느낀다면

온생이 어찌 빛나지 않을까요

 

우주를 보고

물아일체를 읽으면

언제나 당신은 내게 선명한데

나는 왜 등 돌려

자꾸 난간을 향하는 지

당신은 아시는 지요

 

부디

나를 깊이 눈감게 하시고

내 속에 자리 하셔서

허리 아래 뿌리 깊게 내리소서

가슴 위로 가지 높이 올리소서

당신으로 자라게 하소서

 

어느 가을 날

당신이 데운 햇살 고을 때

무성한 당신의 잎이 되어

빛으로 흔들리게 하시고

기쁨의 과실 달게 하소서

당신의 나무 하나 되게 하소서

 

내 몸으로

당신이 왕래하시고

그로 간지러워 깔깔 웃는

여린 우듬지처럼

더위를 가리는 큰 그늘처럼

기쁜 나무 되게 하소서

 

2017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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