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날 생각
주여
오늘도 당신을 더듬고 있습니다
먼 사람들의
먼 기억에 기대
보이지 않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당신을
두려운 마음으로 찾습니다
오늘도 한 걸음
소멸해가고 있습니다
심판보다는
모르는 존재의 앞날을 두려워 합니다
당신은 어디에 계시는지요
올 한 해는
무거운 걸음을 걷고 싶습니다
한 순간 한 순간
깊이 느끼고 싶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게으르고 영악합니다
다른 사람의 눈알을 닦느라*
멍청한 나를 속일 때가 많습니다
주여
나를 불쌍히 여기셔서
남은 시간
세상과 나와 당신을 속이고 사는 일을
멈출 수 있게 도와 주소서
그때가 오면
내가 당신을 더 잘 볼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내게 사랑을 가르쳐 주신
예수를 통해
그 길을 갈 수 있으리라 믿고
그의 이름에 기대
기도 드립니다
아멘
*이다희의 시 '승객'에서 인용
2021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