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2021습작

헛 일

취몽인 2018. 2. 24. 14:12

헛 일

 

빌려 읽는 시집에

먼저 빌려 읽은 사람이

뭘 잔뜩 써놓았다

제목에,

번호까지 매겨가며

시인의 시를 따라

자기의 시를 써놓았다

할딱할딱 뒤집어가며

봄밤이 파릇한데

흙먼지를 뒤집어 써

이도저도 안읽힌다

이 양반,

시인이 되고 싶은게지

그래도 연필로 썼다

쓸 때는 지우려 했겠지

시인이 되고 싶었으니

다 쓰고나니 지우기 싫었겠지

시인 뭐

헛일이다 싶었겠지

 

18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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