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 일
빌려 읽는 시집에
먼저 빌려 읽은 사람이
뭘 잔뜩 써놓았다
제목에,
번호까지 매겨가며
시인의 시를 따라
자기의 시를 써놓았다
할딱할딱 뒤집어가며
봄밤이 파릇한데
흙먼지를 뒤집어 써
이도저도 안읽힌다
이 양반,
시인이 되고 싶은게지
그래도 연필로 썼다
쓸 때는 지우려 했겠지
시인이 되고 싶었으니
다 쓰고나니 지우기 싫었겠지
시인 뭐
헛일이다 싶었겠지
180224
헛 일
빌려 읽는 시집에
먼저 빌려 읽은 사람이
뭘 잔뜩 써놓았다
제목에,
번호까지 매겨가며
시인의 시를 따라
자기의 시를 써놓았다
할딱할딱 뒤집어가며
봄밤이 파릇한데
흙먼지를 뒤집어 써
이도저도 안읽힌다
이 양반,
시인이 되고 싶은게지
그래도 연필로 썼다
쓸 때는 지우려 했겠지
시인이 되고 싶었으니
다 쓰고나니 지우기 싫었겠지
시인 뭐
헛일이다 싶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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