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생각
쉴 땐 아무 생각 없이 쉬세요
아무 생각 없는
위로가 도착한 오후
그나마 남은
생각마저 없앨 수 있을까
향 없는 커피 한 잔
사치스런 시인의 시 몇 편
겨드랑이 밑에 잠든 강아지
아무 생각 없는 코 고는 소리
내일은 이빨을 마저 뽑고
빌린 책들을 반납하고
빈 냉장고를 채우고
책들을 아껴 읽기만 하면 되는
그런 생각으로
아무 생각의 자리를 채우고
너무 쉬느라 지친
허리를 쉬게 하느라 걷는다
창밖으로
직박구리 떠드는 소리
뒤쫓는 까치 소리
아무 생각 없는 소란
손등으로 창을 한 번 탕,
푸드드 아무 생각들이 날아가고
다시 강아지 코 고는 소리
가르릉 하는 아무 생각
미지근한 물 한 잔 마시고
다시 침대에 기대
덮었던 책 다시 읽으면
스물스물 기어나오는 또 아무 생각
쉴 땐 아무 생각 없이 쉬어야 하는데
2018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