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하나님 아버지,
큰 아들 김아무개
지가 바라고 원하는 일들
다 원만히 이룰 수 있게 도와주시고..
일 년에 세 번
엄마의 기도는
똑같이 시작했다
해가 바뀌어도
순서가 바뀌지 않았다
큰 아들 작은 아들
큰 손녀 작은 손녀
마지막에 며느리
아내는 낮은 서열이 늘 불만이었지만
정작 엄마는 순서에도 없었다
작은 녀석이 올해 스물 아홉
근 삼십 년을
제문처럼 주문처럼
새벽마다 혼자서
설날, 아버지 기일, 추석날은
온 식구 앞에서
외어온 기도 그 한결같은 바램
올해는 내가 아프니
니가 대신 해라
엄마, 아내, 동생, 큰 딸, 작은 딸
서열을 다시 잡은
낯선 기도를 마치자
뒤늦게 들리는 엄마의 아멘 소리
아, 당신 입으로 하지 않으면
들리지도 않는 기도
그만 죽어야 할텐데
또 다른 주문을 남기고
엄마는 동생과 떠나고
핸드폰 뒤져 작년 추석 기도를 듣는다
하나님 아버지,
큰 아들 김아무개
지가 바라고 원하는 일들
다 원만히 이룰 수 있게 도와주시고..
아멘이 안나온다
2018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