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을 기다리며
지난 가을
마른 잎 떨군 뒤
오월이 다가도록 수국은 깨지 않는다
이미 한 차례 매말라
죽음 직전까지 갔던 목숨
꿋꿋이 이어갔던 친구인데
곁가지 사이
잎눈이 아직도 선명한데
유월이 되어도 잎 피지 않는다
어디선가 날아온
이름 모를 풀 한 포기
대신 자라 제 키를 넘어서도
그저 묵묵한 메마름
한 번 넘은 고비의 기억은
차마 이별을 결정할 수 없도록 강제한다
곧 다가올 장마를 기다려본다
내 손길이 깨우지 못하는 잠을
하늘이 깨울 수 있으려나
아파트 벽 실외기 위에서
바짝 말라 하늘을 노려보는
젖어 피고 싶은 나무
물의 나무
물의 꽃
18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