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GEO

수국을 기다리며

취몽인 2018. 6. 8. 15:19




수국을 기다리며

 

 

지난 가을

마른 잎 떨군 뒤

오월이 다가도록 수국은 깨지 않는다

이미 한 차례 매말라

죽음 직전까지 갔던 목숨

꿋꿋이 이어갔던 친구인데

곁가지 사이

잎눈이 아직도 선명한데

유월이 되어도 잎 피지 않는다

어디선가 날아온

이름 모를 풀 한 포기

대신 자라 제 키를 넘어서도

그저 묵묵한 메마름

한 번 넘은 고비의 기억은

차마 이별을 결정할 수 없도록 강제한다

곧 다가올 장마를 기다려본다

내 손길이 깨우지 못하는 잠을

하늘이 깨울 수 있으려나

아파트 벽 실외기 위에서

바짝 말라 하늘을 노려보는

젖어 피고 싶은 나무

물의 나무

물의 꽃

 

 

18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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