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GEO

취몽인 2019. 7. 23. 17:00




 


 

창 따위를 들고

목숨을 겨루던 시절엔

네 눈도

지금처럼 그렁그렁하진 않았겠지

언제부터였나

여물통에 머리 쳐박을

밥 때만 기다리면서

네 눈은

연민을 뿔대신 갈았겠지

불쌍해야 많이 먹는다는 걸 알아버린

목숨이여

그저 그렁그렁

서럽기만 한 생계에 매달려

순하게 살쪘지

그러니

이 불판 앞에

지글지글 익어가는 너를 보며

그렁그렁

눈빛을 애써 잊어도

너 많이

섭섭하진 않겠지

 

 

19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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