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詩 읽기

꽃 밟을 일을 근심하다 /장석남

취몽인 2019. 4. 11. 16:04

 

읽는 나는

맨 그자리

또는 뒷걸음질인데

오랜만에 만난 시인은

저만치 갔습니다

 

가슴에

잔잔한 물결을 일으켰던

시인의 시는

검은 돌 속으로

부뚜막으로

고대로

적막하게 멀어집니다

 

시인은

한 경지를 넘어서는데

따라가지 못하는 독자는

못내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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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소식

 

 

마당 밖에 잠언 한 구가 나무 그림자처럼 옮겨갑니다

 

풀이 돋아날 겁니다

아무도 보호하지 않겠으나 풀은 웃고

제 주권을 주장하지 않고 풀은 웃고

문 열어놓고 살 겁니다

 

그러나 아직 눈밭이고

여자를 업은 한 남자가 두사람 무게의 깊은

발자국을 남긴 것 말고는

아무것 없습니다

 

풀뿌리들이 소곤거리기 시작했으니

곧 발자국에서

흙이 올라올 겁니다

 

무거웠던 자국에서

가장 먼저 흙이 올라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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