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나는
맨 그자리
또는 뒷걸음질인데
오랜만에 만난 시인은
저만치 갔습니다
가슴에
잔잔한 물결을 일으켰던
시인의 시는
검은 돌 속으로
부뚜막으로
고대로
적막하게 멀어집니다
시인은
한 경지를 넘어서는데
따라가지 못하는 독자는
못내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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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소식
마당 밖에 잠언 한 구가 나무 그림자처럼 옮겨갑니다
풀이 돋아날 겁니다
아무도 보호하지 않겠으나 풀은 웃고
제 주권을 주장하지 않고 풀은 웃고
문 열어놓고 살 겁니다
그러나 아직 눈밭이고
여자를 업은 한 남자가 두사람 무게의 깊은
발자국을 남긴 것 말고는
아무것 없습니다
풀뿌리들이 소곤거리기 시작했으니
곧 발자국에서
흙이 올라올 겁니다
무거웠던 자국에서
가장 먼저 흙이 올라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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