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詩 읽기

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문태준

취몽인 2019. 4. 16. 14:56

 

세월호 5년.

살면서

그렇게 무력한 슬픔과 분노를

다시 겪을 일 있을까?

 

시집을 읽는 일도

사치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시인은

요즘 좀 바쁘고 힘든가보다.

예전 시들에 비해

맑고 조용한 아름다움이 덜하다.

그러면 어떤가?

시집 제목이 묻지 않는가?

 

'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

 

물속으로 떠난 아이들과

삶을 앓는 시인과 사람들,

사모하는 일을 멈출 수 있을까?

무슨 끝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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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당신의 호수에 무슨 끝이 있나요

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

한 바퀴 또 두 바퀴

 

호수에는 호숫가로 밀려 스러지는 연약한 잔물결

물위에서 어루만진 미로

이것 아니라면 나는 아무 것도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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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 낙숫물

 

 

홍천사 서선실 층계에

앉아 듣는

가을비 낙숫물 소리

 

밥 짓는 공양주 보살이

허드렛물로 쓰려고

처마 아래 놓아둔

찌그러진

양동이 하나

 

숨어 사는 단조로운 쓸쓸한

이 소리가 좋아

텅 빈 양동이처럼 앉아 있으니

 

컴컴해질 때까지 앉아 있으니

 

흉곽에 낙숫물이 가득 고여

 

이제는 나도

허드렛물로 쓰일

한 양동이 가을비 낙숫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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