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향하여
오늘도 나는
거푸 두 대의 담배를 피고
침묵의 육십 킬로미터를 달려 파주에 닿고
컴퓨터를 켜 요한계시록을 쓰고
짧은 구복 求福의 기도를 했다
젊은 시인의 시 두 편
선배 시인의 시 두 편
싫어하는 시인의 시 두 편
좋아하는 시인의 시 두 편을 읽고
읽기가 무서운 레이몬드 카바의 단편집을 노려보다가
위로를 기대하는 버트런드 러셀의 행복을 새로 꽂았다
레비스트로스는 내키면 다시 읽기로 하고
오규원의 시작법은 당분간 쳐다보지도 않기로 한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먼저 하자 마음 먹지만
눈 앞의 책 여덟 권은 굳은살같은 얼굴들이다
가장 오래된 구속은 詩
벗어나자 기도하는데
눈 가는 곳 마다 녀석이 나를 보고 있다
이 곳을 떠나야하나
19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