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대 중반의 여자가 쓴
그로데스크의 환유.
유쾌하지 못한 혼자만의 비명 같은 詩.
비린내 나는 환각과 몽상.
용케 詩라는 그릇에 담겼지만
내게는 불편한 정서
다시 읽고 싶은 마음은 그다지 들지 않는
다른 곳, 다른 세상의 시집
하지만 그 또한
그저 내 생각
시집이 나온지는 벌써 십여년
그 사이 시인은 마흔 가까이 됐을 것이고
그의 시는 어떻게 늙었을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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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다섯
약국에서 아버지를 한통 사서 나온다
문을 열자 비명을 지르며 달려드는 안개들
내 눈 속으로, 콧속으로, 입속으로
투신하는 안개들
형체도 없이 만개한 자살
흩어지는 시간, 발 없는 씨앗들, 안녕한 공기 ㅡ
누가 멀리서 걸어오고 있다
현기증처럼 피어나는 꽃 아, 아버지
이미 죽은 당신이 자꾸 죽을까봐 겁내는
나는, 이마에 못이 박힌 스물다섯
마치 지겹게 사정 안하고 버티는
대머리 밑에 깔린 갈보처럼
동공 없이 뜬눈으로 박제된,
기울어진 스물다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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