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꿈

계단을 달리는 법

취몽인 2020. 1. 8. 16:00



계단을 달리는 법



늘 그렇지만

꿈에 무슨 이유가 있겠나

때는 알 수 없고

장소는 대부분 학교

국민학교와 고등학교가 뒤섞인 듯한 복도


누군가를 찾으러

옥상에서부터 일 층까지 헤매고 다닌다

일 층 출입구는 세 군데

굴을 드나드는 토끼처럼

여기저기를 통해 가로로 세로로 돌아다닌다


시간이 갈수록 속도는 빨라진다

오를 땐 두 칸씩 딛던 계단을

내려올 땐 딛지 않고 미끄럼을 탄다

앞꿈치를 들고 뒷꿈치로 주르르

바퀴가 달리듯 계게단을 미끄러져 달린다


꿈속에서도

비교 우위는 비교 열위를 극복하는 법

나중에는 수 많은 계단을오르지 않고

그저 내려가기만 한다 

더 빨리 미끄러지며


막바지에는 꼭

교무실 언저리을 얼쩡댄다

누구를 만나지도 기다리지도 않으면서

빈 운동장을 두고 담벼락을 따라 걷다가

꿈은 사라진다



20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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