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을 달리는 법
늘 그렇지만
꿈에 무슨 이유가 있겠나
때는 알 수 없고
장소는 대부분 학교
국민학교와 고등학교가 뒤섞인 듯한 복도
누군가를 찾으러
옥상에서부터 일 층까지 헤매고 다닌다
일 층 출입구는 세 군데
굴을 드나드는 토끼처럼
여기저기를 통해 가로로 세로로 돌아다닌다
시간이 갈수록 속도는 빨라진다
오를 땐 두 칸씩 딛던 계단을
내려올 땐 딛지 않고 미끄럼을 탄다
앞꿈치를 들고 뒷꿈치로 주르르
바퀴가 달리듯 계게단을 미끄러져 달린다
꿈속에서도
비교 우위는 비교 열위를 극복하는 법
나중에는 수 많은 계단을오르지 않고
그저 내려가기만 한다
더 빨리 미끄러지며
막바지에는 꼭
교무실 언저리을 얼쩡댄다
누구를 만나지도 기다리지도 않으면서
빈 운동장을 두고 담벼락을 따라 걷다가
꿈은 사라진다
20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