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꿈

기생충

취몽인 2020. 2. 28. 10:18

낯익은 옥탑방이다. 아래는 얼음판 아이들이 스케이트를 타고 있다. 난간을 넘어 내려가려다 주저 앉았다. 앞에는 뭔가 쏟아진듯 물이 흥건하다. 그 앞에 쪼그려 앉아 왼손을 파고 드는 거머리 같은 검은 기생충을 뽑아낸다. 게살을 훑듯 오른 손으로 쥐어짜니 새까만 지렁이 같은 놈들이 밀려나온다. 나오자마자 다시 안으로 파고드는 녀석들. 왼손은 숱한 구멍들과 피 그리고 검은 놈들로 거의 형체를 잃었다. 장면은 바뀌어 이번에는 자지다. 손과 같이 파고드는 놈들. 거의 귀두를 뒤집어 놈들을 뽑아낸다, 그곳엔 그놈들 말고도 다른 놈들도 몇 있다. 뽑아낸 놈들이 발치앞 물 구덩이에 검게 바글바글하다. 딸들이 엉거주춤 웅덩이를 건넌다. 하초 까발린 아비는 신경도 안쓴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괜찮냐고 물어보신다. 수습을 겨우 마치고 얼음판 언저리를 걷는데 이명박이가 허적허적 나타났다. 나는 비굴하게 인사를 하고 그는 내게 기회를 주겠노라 암시를 한다. 슬쩍 기대에 부푼 채 겨울 언덕길을 헤매다 아침 속으로 돌아왔다. 무엇을 뽑아낸 것인가. 아비와 딸들 앞에서. 그리고 명박이를 통해 고스란히 들킨 내 속 부도덕은 왜 그때 드러났을까. 나아질 것인가. 멸망할 것인가.

 

20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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