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하루 에세이

상대적 분노

취몽인 2020. 4. 14. 07:57



상대적 분노


 


오래 존경해온 선배로부터

아침 일찍 문자가 왔다.

거두절미하고 기독 무슨당을

지지해달라 하신다.

전광훈과 김문수를 도와

나라를 지킬 수 있도록 하자신다.

 

평소의 나답지 않게 화가 나지 않았다.

내게 14년 선배이시니

올해 일흔이 넘으신 선배님.

오래 봬왔지만 정치적 입장에 대해선

한마디도 서로 나눈 적이 없었다.

 

그분이 태극기 부대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오래 동안 대학에서 가르치셨고

나이 들면 나귀를 한 마리 구해

타고 다니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던 분인데.

 

판단력? 연세는 좀 있으시지만

판단력이 나보다 못하다 절대 할 수 없다.

그러면 무엇이 선배를

저 망종의 수구편에 세웠을까?

흔히 말하는 저문 세대의 상실감?

유튜브의 혹세무민?

아니면 내가 모르는 어떤 진실?

 

어쨌든 나는 이미 투표를 마쳤고

설사 내일 투표한다 하더라도

선배님의 부탁을 들어줄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오래 상처가 남을 것 같다.

 

왜? 무엇이?

점잖으신 선배님으로 하여금

저들을 지지하라는 부탁을 하게 했을까?

무엇일까?

 

다음에 선배와 막걸리를 함께 할 때

이걸 물어봐야 할까?

막걸리는 예전처럼 맛있을까?

 

왜 나는 화가 나기보다 마음이 쓰린가?

왜?


20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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