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GEO

쇠뜨기

취몽인 2020. 4. 14. 16:50




쇠뜨기

 

 

아직 추운데

모두

꽃치레 하느라

힘겨운 발돋움 하는구나

어쩌다 나는

그 긴 시간

꽃 한송이 맺지 못하는

줄기가 되었는지

논둑에서

볼썽사나운 머리만 치켜들고

찬 바람에 씻는다

수억 년 버티느라 흔적만 남은 잎

마저 시들면

그때서야 풀이라도 되는 신세

반겨주는 이

초록에 목마른 누렁소뿐인데

그나마 고마워서

꾸역꾸역 피는

쇠뜨기라네

 

200412




'詩舍廊 > GEO'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출   (0) 2020.05.10
통성명  (0) 2020.04.24
오목눈이  (0) 2020.04.10
피지 않는 꽃  (0) 2020.04.08
아까시 잎  (0) 2020.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