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좋은 詩 모음

虛空藏經 /김사인

취몽인 2020. 4. 27. 13:48

虛空藏經 /김사인

 

 

빈농의 아들로 태어났다

학교를 중퇴한 뒤

권투선수가 되고 싶었으나

공사판 막일꾼이 되었다.

결혼을 하자 더욱 어려워

고향으로 내려가 농사를 지었다.

떨어 먹고 도로 서울로 와

다시 공사판.

급성신부전이라 했다.

삼남매 장학적금을 해약하고

두 달 밀린 외상 쌀값 뒤로

무허가 철거장이 날아왔다.

산으로 가 목을 맸다.

내려앉을 땅은 없어

재 한 줌으로 다시 허공에 뿌려졌다.

나이 마흔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