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한바탕 먹고 떠난
식탁 위에는 찢긴 햄버거 봉지와
우그러진 콜라 패트병과
입 닦고 던져놓은 종이 냅킨들이 있다
그것들은 서로를 모르고
가까이 혹은 조금 멀리 있다
아이들아, 별자리 성성하고
꿈자리 숭숭한 이 세상에서
우리도 그렇게 있다
하지만 우리를 받아들인 세상에서
언젠가 소리 없이 치워질 줄을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것이다
- '식탁'. 이성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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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 퇴근길.
꽉막힌 성산대교를 건너다가 툭 생각이 들었다.
뭘 꼭 하겠다. 뭘 이루겠다는 생각들이 참 사람을 힘들게 한다. 그냥 즐거운 일들을 하고 살면 되지 않을까?
읽다 읽기 어려운 책은 덮고, 詩도 읽어 마음이 밝아지는 詩만 골라 읽고, 글도 쓰고 싶을 때만 쓰고..
집에서 나를 기다리는, 이 세상에서 나를 제일 사랑하는 가족들을 행복하게 해줄 말과 일을 생각하고, 실천하고.
뭐 그렇게 살면 좋지 않을까?
소리 없이 치워질 날이 멀지 않으니.. .
20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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