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천 좌파
정의가 무엇인지는 한때 달동네였던 아파트 단지 컴컴하게 누르는 저 虎巖도 알것입니다
산복도로로 발치가 다 깎여 나갔어도 눈치는 깊고 가팔라 광화문이고 서초동이고
촛불이 타고 횃불이 타도 옛시절 궁궐 바라보던 시선으로 굳건하게 주저 앉았습니다
그때처럼 가만 있으면 그나마 봐주겠는데 다시 침묵할 수 없다 주둥이질을 산아래로 쏟는
虎巖입니다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형편이 마뜩찮다 나를 모르느냐 옳은 것을 옳다 말은 하지만
절벽 아래 한 걸음도 못 내딛고 산 그림자 속 자꾸 파고드는 메아리로 고함만 지르는 죽은 호랑이 한 마리
虎壓寺에 붙들린 늙은 虎巖
그대여
200530